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막대한 전력소모로 기후위기를 재촉한다는 비판을 받는 암호화폐 채굴에 자사 반도체를 사용하지 말라고 통보했습니다. 18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인기 있는 비디오게임용 그래픽카드 성능을 제한해 암호화폐 채굴 연산을 비효율적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반도체 공급난 속에서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를 비디오게이머들에게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실시간 동영상을 렌더링할 수 있도록 고안됐고, 동시에 막대한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데요. 이에 이 GPU는 컴퓨터에서 데이터집적도가 가장 높은 인공지능(AI)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GPU가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암호화폐 채굴에도 제격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시작됐습니다. 특히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는 비트코인 채굴보다는 이더리움 채굴에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유가 암호화폐 채굴은 암호화폐를 얻기 위해 복잡한 연산을 하면 연산이 끝난 뒤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받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더리움 가격이 상승하자 채굴의 매력이 높아졌고, 이에따라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수요도 덩달아 올랐는데요. 엔비디아에 따르면 지금껏 채굴된 이더리움 약 90%가 자사 GPU를 통해 채굴됐다고 하네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단골 고객인 비디오 게임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겪게 됐는데요.
비디오 게이머들은 오랜 기간 엔비디아의 핵심 고객층으로 회사의 성장과 순익에 상당한 이바지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반도체 품귀난에 암호화폐 채굴이 겹쳐지자 최신형 그래픽 카드를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져서 엔비디아의 실적도 변동이 심한 암호화폐 시장 흐름에 맞춰 크게 좌우되기도 했습니다.
회사는 암호화폐 시장에 계속 휘둘리면 전망이 어두울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이네요. 또한 연초에 엔비디아가 암호화폐 매니아들을 겨냥해 출시한 ‘암호화폐 채굴 처리장치(CMP)’로 수요를 분산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엔비디아의 GPU 성능을 제한하면 암호화폐 매니아들은 채굴을 위해 CMP를 사도록 유도할 수 있을 전망이 있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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