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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소식

항공산업(1) - 해운업과의 차이, 환율의 영향과 기능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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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항공산업에 환율이 미치는 영향

항공업에 속한 기업들을 찾다보면 자주보이는 기사들이 있습니다. 외환차손익으로 인해 손실을 봤다는 기사들입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관련된 기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외화환산차손익의 수렁에서 시름하는 대형 항공사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초대형 여객기 B747-8i(왼쪽)와 A380.국적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3분기에 영업이익을 내고도 큰 폭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비싼 비행기를 들여오면서 외화환산차손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에 매출 2조9,726억원, 영업이익 2,895억원을

www.hankookilbo.com

"환율 때문에" 대한항공, 2118억 순손실 냈다 - 머니투데이

대한항공이 지난 3분기 외화환산손실 때문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대한항공은 3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손실 2188억원을 내 적자전환했다고 14일 밝혔다. 같은 기...

news.mt.co.kr

실제로 대한항공의 재무제표에서 외환손익(외화차익, 외화환산차익, 외화차손, 외화환산차손)을 통해 확인한 외환손익은 굉장히 들쭉날쭉합니다. 영업이익, 당기순이익과 함께봐도 외환손익이 당기순이익과 거의 유사한 추세로 가는 걸 보면 당기순이익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항공산업이 이렇게 외환손익에 영향을 많이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항공산업의 특성 때문이고 하나는 '기능통화'때문인데 먼저 항공산업의 특성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 항공산업의 특성

항공기는 비쌉니다. 1,000억원~5,000억원 가량으로 개별 기업이 구매하기엔 굉장히 비쌉니다. 실제로 대한항공이 보잉787-10 20대 도입에 7조5천억원 가량을 사용했으니 얼마나 비싼지 알만 합니다. 이렇다보니 항공사는 항공기 구매자금을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금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부채를 조달하여 항공기를 구매했습니다. 문제는 그 규모가 굉장히 크다는 겁니다.

아래 우리나라 대표적인 상장 LCC(Low Cost Carrier; 저가항공사)들의 자산,부채 자본 현황입니다. 그래프를 보면 한결같이 자산이 증가하는 만큼 부채가 비례해서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만큼 전체 자산 중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낮아집니다. 즉, 항공기자산을 구매할 때 막대한 빚을 내서 항공기 자산을 구매했기 때문에 자산과 비례하여 부채가 폭등하는 겁니다.

항공사들은 여객기를 보잉 혹은 에어버스사에서만 구매합니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항공기 시장에서 점유율 80%인 과점회사들입니다. 어쩔 수 없이 보잉과 에어버스와 거래해야 하고 항공기를 구매할 때 외화($)로 결제해야 합니다. 그렇게 항공사의 부채는 대부분 달러로 구성됩니다.

쉽게 요약해서 항공사는 비싼 비행기를 대부분 달러부채로 조달한다는 겁니다.

출처:

진에어 배당금, 배당일,20년간 재무제표

에어부산 배당금, 배당일,20년간 재무제표

티웨이항공 20년간 재무제표

제주항공 배당금, 배당일 20년간 재무제표

진에어(좌), 에어부산(우)

티웨이항공(좌), 제주항공(우)

3. 외환손익이 발생하는 이유

문제는 달러부채는 연말마다 환율이 달라지면 부채규모가 달라진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의 부채가 100달러 일 때 환율이 1,000원/1$ 라면 원화 부채는 100,000원입니다. 하지만 환율이 1,200원/1$라면 부채는 120,000원으로 증가합니다. 그리고 이 때 증가된 20,000원 손익계산서에 손실로 계상됩니다.

앞서 말했듯 비행기는 비싸고 항공사는 대부분 부채로 조달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부채는 당연히 굉장히 많을 겁니다. 아시아나만 해도 2019년 기준 부채가 약 11조원에 육박하고, 대한항공도 20조원에 육박합니다. 다른 LCC도 자본대비 부채가 꽤 과도한 수준입니다. 앞선 예에서는 100달러를 예시로 들었지만 실제 항공사들의 부채는 수십억달러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환손익이 엄청나게 발생합니다.

4. 해운업과의 차이 - 기능통화 재무제표

여기까지보면 완전 해운업과 차이가 안보입니다. 해운업도 막대한 부채를 통해 배를 건조합니다. 그 때 해외선박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 외화부채도 많구요. 근데 해운업에서는 막대한 외화환산손실로 인한 적자전환이나 위 대한항공처럼 환율로 모든 이익/손실이 좌우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차이가 어디서 나는가 하고 봤더니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IFRS가 도입될 때 해운업계는 기능통화재무제표라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기능통화는 쉽게 말하면 가장 자주쓰는 화폐입니다. 해운업은 외국고객이 많다보니 달러로 대금을 주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재무제표에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부채도 달러입니다. 즉 해운업이 사용하는 기능통화는 $달$러$입니다.

기능통화(달러)로 재무제표를 작성할지 말지는 기업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해운업은 거의 대부분이 달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능통화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을 선택했고 대부분의 해운사들이 이런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작성하면 자산, 부채, 자본, 수익, 비용 등 전부 달러로 작성하게 됩니다.

항공사들은 기능통화가 달러가 아니고 원화입니다. 그래서 원화로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IFRS가 도입되기 전에 해운사들도 환율변동에 따라 영업이익이 발생하였는데도 막대하게 손실이 발생했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기능통화로 달러를 사용하는 해운사들의 재무제표 작성과정입니다. 연중에 거래가 있을 경우 달러로 기록합니다. 그리고 자산, 부채 전부 달러로 기록합니다. 그리고 연말에 달러로 작성된 모든 재무제표를 원화로 변경합니다.

사례를 들어 확인해보겠습니다. 항공사 입장에서 원화부채가 있을 때 아무리 환율이 변한다고 하더라도 당기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없습니다. 원화를 기능통화로 사용하고 표시도 원화로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10,000원의 빚이 생겼다고 했을 때 환율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10,000원만 갚아도 되는 것 처럼 말입니다.

달러부채가 문제입니다. 최초에 1,000원/$일 때 달러부채의 가치는 100,000원이었습니다. 기말에 환율이 상승할 경우 갚아야할 돈은 원화기준으로 120,000원입니다. 이 때 외화환산손익이 20,000원 발생합니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건 해운사의 재무제표입니다.

해운사 입장에서는 사용하는 통화가 달러입니다. 해운사입장에서 달러는 외화가 아니고 원화가 외화입니다. 따라서 달러부채의 가치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외화환산손익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해운사입장에서 외화인 원화부채를 예로 들면 환율이 변동하여 원화부채의 가치가 변동한다면 손익으로 반영합니다.

아래의 예에서 해운사에게 $100의 달러부채가 최초 발생시 원화기준 100,000원입니다. 환율이 변동하여 1,000원/$ 에서 1,200원/$로 변해도 해운사입장에서 $100의 달러부채가치는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달러가 기능통화기 때문에 어차피 달러로 갚을 거니까). 기말에 우리나라에 공시를 목적으로 재무제표를 원화로 바꿀때 부채는 120,000원이 됩니다. 이 때 차이인 20,000원 당기손익에 반영되지 않습니다(기타포괄손익으로 반영).

반대로 해운사입장에서 원화부채는 외화부채입니다. 환율이 변해서 원화부채의 가치가 변하면 그건 위 항공사의 외화환산손익처럼 당기손익으로 반영되는 겁니다. 1,000원을 빌렸을 때 가지고 있는 1$로 갚으면 됐었는데 기말이 되자 0.83$로 갚을 수 있으니 0.17$만큼의 외화환산이익이 발생한 겁니다.

5. Outro

항공업과 해운업은 굉장히 비즈니스모델과 자산을 조달할 때 자금을 일으키는 방식이 유사합니다. 항공업은 보잉, 에어버스로 부터 여객기를 구매하고 해운업은 대조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선박을 구매합니다. 그리고 둘 다 공통적으로 자기자본이 아닌 부채, 특히 외화부채를 위주로 자금을 끌어와서 돈을 지급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항공업에 영향을 미치는 외화환산손익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선택한 통화가 해운업과 달라서 손익에 영향이 굉장히 차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구조는 비슷해서 이러한 차이외에 사업적인 부분이나 산업이 진행되어온 양상이 비슷할 겁니다. 다음 글에서는 항공업의 특징과 투자가 왜이렇게 어려운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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