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ntro
항공산업은 워렌버핏마저 투자를 실패할 정도로 투자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산업군입니다. 워렌버핏은 항공산업에 대해 "Death trap for investors, 투자자에게 죽음의 늪"이라고 표현했었습니다. 거기에 투자자들은 항공산업에 100년간 돈을 쏟아부었지만 끔찍한결과만 있었으며, 현명한 투자자라면 과거에 라이트형제를 총으로 쐈어야 했다고 까지 표현합니다.
워렌버핏은 1989년 USAir가 막대한 자본지출을 통해 M&A로 확장해 나갈 때 투자했었습니다. 하지만 투자이후USAir가 고꾸라져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그 때의 실패이후 언급한 내용들입니다.
왜 항공업은 워렌버핏으로부터 이런 취급을 받았고, 어떤 점이 투자를 어렵게 하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2. 항공업 비즈니스모델
항공산업(1) - 해운업과의 차이, 환율의 영향과 기능통화 (아시아나, 대한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1. 항공산업에 환율이 미치는 영향 항공업에 속한 기업들을 찾다보면 자주보이는 기사들이 있습니다. ...
앞선 글에서 항공업의 비즈니스모델을 대략 살펴봤습니다. 보잉, 에어버스로 부터 값비싼 항공기를 막대한 '부채'를 통해 발주해서 운항하는 사업입니다. 근데 딱보면 최근에 살펴본 해운업과 엄청나게 유사합니다.
해운업도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값비싼 배를 막대한 '부채'를 통해 발주해서 운항하는 사업입니다. 두 사업 모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 자본이 몰리는 산업에 그 자본을 대부분 부채로 조달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런 측면 외에도 전방산업이 사람을 실어나르는 여객이나 물건을 실어나르는 화물이라는 점도 공통적입니다. 그러다보니 전방산업은 전반적인 경제상황과 연동될 것이구요.
참조 - 해운업의 싸이클 (6) - 2010년 그 이후(한진해운과 HMM)
과도한 레버리지, 전세계경기와 연동된 전방산업(여객/화물), 자본집약적 산업, 선박과 마찬가지로 비행기도 발주부터 인도까지 시간차가 꽤 난다는 점 등 유사한 점이 굉장히 많습니다. 물론 차이점도 존재합니다. 항공업은 하늘길을 이용하고 해운업은 물길을 이용한다는 점?
당연히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디테일한 경쟁방식이나 사업전략 등에서는 차이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산업 전반적인 모습이 유사한 점이 많다보니 전체 산업은 구조적으로 비슷하게 흘러가리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과거 해운업의 싸이클을 쭉 보면서 얻어낸 교훈은 "성장할 때 그 산업은 당연히 좋아보이지만 많은 자본투자가 필요하고 투자된 막대한 자본으로 인해 성장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이 가장 많이 몰리고 수입이 정점을 이룰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연한 트리거로 성장이 계속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 막대한 자본투자로 기업이 성장한 만큼 막대한 부채로 인해 기업은 순식간에 파산으로 떨어진다"는 겁니다.
3. 항공산업 싸이클과 개편
해운업의 싸이클에서 살펴본 것처럼 해운사들의 해운물동량은 전세계경기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전반에 큰 충격이 오면 일감이 끊겼고, 막대한 부채로 조달한 금액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수한 기업이 파산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구요. 아래 표를 보면 위기가 정말 많았습니다.
항공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운업과 구조적인 유사함때문에 막대한 부채를 통해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전방산업 또한 전세계경기에 연동됩니다. 그럼 당연히 해운업과 비슷한 모습으로 산업이 진행되었을 것이라는 유추가 됩니다. 아래 그래프들만 봐도 항공업도 등락이 꽤 심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항공산업도 위기가 꽤 많았습니다. 2001년 9.11테러, 2003년 SARS,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2015년 MERS, 2020년 코로나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항공산업에 위기를 불러왔고, 그 때마다 급격한 수요의 감소를 겪고 수많은 기업이 파산했습니다.
과거 미국은 1978년 항공산업 규제완화법 이후로 엄청나게 많은 항공사들이 생겨 공급 과잉에 접어들었습니다. 당연히 소형 항공사들은 막대한 부채를 땡겨다가 비행기를 구매했을 거고 1980년대부터 작은 위기가 올때마다 하나씩 도산하여 100여개의 항공사가 도산했습니다. 쐐기를 박은 사건은 역시 9.11테러입니다. 미국 항공시장은 9개기업으로 재편됐고, 더 많은 위기를 겪고는 결국 4개의 항공사(아메리칸에어, 델타, 유나이티드, 사우스웨스트)가 점유율 80%를 가져가게 됩니다.
그 사이에 정말 많은 항공사들(Sun country Airlines, Midway Airlines, SoutheastAirlines, TransMeridian Airlines, Big sky, Aloha, Air MidWest, Geminni Air Cargo, Pan American, National Airlines 등..)이 파산합니다. 그 과정에 업계가 재편됐고 살아남은게 현재의 Big 4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근데 이거 완전 해운업스토리 아니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컨테이너해운사들도 수많은 업체가 난립하다가 이제 상위 업체 몇개가 전세계 시장의 80%가량을 장악하고 그마저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고 있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https://blog.naver.com/hardtoread/222167208716 - 해운업의 사이클 2010년 그 이후(한진해운, HMM)
https://m.blog.naver.com/hardtoread/222161319486- 해운업의 사이클 2000년대 빅사이클
4. 우리나라 항공산업
우리나라 항공산업도 몇번의 부침은 있었지만 호흡기를 달고 연명하고 있다가 코로나 때 직격탄을 맞아버렸습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와 합병한다고 하고, 다른 저가항공사들도 죽어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공항의 슬롯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었는데 지금은 전멸입니다.
제일 불쌍한건 작년까지 아주 호황일 때 면허가 발급된 LCC 업체들 입니다.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항공이 신규로 진입했는데,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니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심지어 작년에 면허를 발급받고 한 번도 비행을 못해본 곳도 있습니다. 유상증자를 시도했으나, 그마저도 실패하고 자본잠식에 빠졌습니다. 쉽게 살아나기는 어려워보입니다. 타이밍이 정말 나빴죠..
플라이강원 항공기 3대 중 2대 반납…1대 추가 도입 - 노컷뉴스 (nocutnews.co.kr)
LCC 손 놓은 국토교통부....신규 항공사들의 절규 (mediapen.com)
비행기도 뜨기 전에 휴직…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 '비상경영' | 연합뉴스 (yna.co.kr)
에어로케이 1호 항공기, 도입 10개월째 창고 신세 :: 대전일보 (daejonilbo.com)
참고-
국내 LCC(Low Cost Carrier;저가항공사) 업체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 티웨이)도 마찬가지입니다.
2019년까지 여행수요의 폭증으로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항공기를 늘리는 투자를 했고, 그게 오히려 독이었습니다.
2020년이 되자 코로나로 인해 매출액이 급감했고, 영업이익, 순이익도 당연히 고꾸라졌습니다. 이익잉여금을 보더라도 LCC들의 이익잉여금은 전부다 마이너스로 전환했습니다.
표에는 안나왔지만 아시아나(원래 그렇긴 했지만)와 대한항공의 이익잉여금도 마이너스입니다.
5. Outro
사업이 잘될 때(작년까지) 꾸준히 늘어나는 여객수요와 늘어나는 투자로 전망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작년에 LCC 3사가 추가된 걸 보고 돈만 있으면 항공기를 끌어와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겠구나 해서 쳐다보지 않았던 산업군이기도 합니다. 항공사들 모두가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인 모습을 보면 항공사 슬롯확보에 따른 경쟁이나 유류비 절감, 정비비 절감을 통한 원가경쟁력확보와 같은 분석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항공산업을 이해하는 핵심이 그런 사소한 경쟁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해운업과 마찬가지로 항공업(특히 우리나라 항공업)은 산업의 속성 때문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기에는 부적합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영업했던 항공사들의 이익잉여금이 (-)라는 것만 봐도 많은걸 말해주니까요. 그래도 투자하겠다하면 가장 전망이 최악일 때, 그리고 업황이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모습이 보일 때입니다. 오래들고 가는 건 당연히 어렵구요.
워렌버핏은 2016년에 미국 항공사에 막대하게 투자한 바 있습니다. 아마 해운업처럼 상위 업체로 과점화되어 시장의 사이클에도 불구하고 이익률을 꽤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기대하고 투자했을 겁니다. 하지만 항공업은 해운업보다 더 암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해운업은 대부분 화물을 운송해서 어떤 환경에서도 옮겨야할 물동량이라는 게 존재해서 공급량을 줄이면 되지만, 여객은 사람들이 이동하지 않으면 항공사에서 공급량을 줄여도 어쩔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워렌버핏은 실수를 인정하고 항공사 주식을 전량 처분했죠. 과거의 워렌버핏이 현재의 워렌버핏에 다시 말하고 있습니다. 항공 산업은 투자자에게 죽음의 늪이라고 말입니다.
the sector has "been a death trap for investors. Investors have poured their money into airlines for 100 years with terrible results."
"The worst sort of business is one that grows rapidly, requires significant capital to engender the growth, then earns little or no money,"
"Think airlines. Here, a durable competitive advantage has proven elusive since the days of the Wright brothers. Indeed, if a farsighted capitalist had been present at Kitty Hawk, he would have done his successors a huge favor by shooting Orville down."
Warren Buffet
P.S. 그래도 항공산업에서 성공적인 전략이라고 보이는 건 해운업의 그리스 선주같은 전략을 취하는 겁니다.
"Greedy when others are fearful. Fearful when others are greedy." 남들이 욕심부릴 땐 몸을 사리다가, 남들이 공포에 떨때 욕심을 부리는 겁니다. 항공업보다 역사가 훨씬 긴 해운업에서 가장 현명하게 대처하는 그리스해운사들의 대처입니다.
그런 플레이를 보여주는게 아일랜드의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입니다. 코로나 위기 상황으로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이 현금부족에 시달리고 재고를 쌓아두고 있을 때, 라이언에어가 무려 75대의 비행기를 발주합니다.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굉장히 훌륭한 딜이었을 것이라 봅니다. 라이언에어는 2001년 9.11테러때 전세계 항공사가 얼어붙을 때 100대의 비행기를 발주한 전력이 있습니다.
항공주식은 바닥을 찍고 턴할 때 가장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 가장 크게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건 우리나라 항공사처럼 어려울 때 더 쭈그러드는 전략을 택한 항공사가 아닌 라이언에어같이 Greedy했던 항공사가 될겁니다. 이미 코로나 이전수준/ 그 이상의 주가를 벌써 회복했네요.
Ryanair buys 75 Boeing MAX jets in largest order since grounding (yahoo.com)
참고 - [부채] 레버리지와 ROE - 보잉이 망한 이유와 자본잠식의 미국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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